물가 우울한일기

나는 물가에 앉아서 물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수면이 주홍빛을 띠다가 어두운 푸른 빛을 띠는 것을 줄곧 보고 있었다.
지느러미가 꾸물거리는 것,
지칠 줄 모르는 물고기의 헤엄도 보았다.

그렇게 보다 보니,
시덥지 않은 것들이 진짜 시시하게 느껴지고
허접한 것들이 진짜 허상인 것을 보게 되었다.

아니, 실은 누군가 일어나라고 외치는 소리를
뒤늦게 알아챘다.
그래서 보지 못하던 것들이 보게 되었다.
그 다음에는 일어섰다.

지금은 사막으로 간다.
물이 흐르는 것을 보는 게 전부였었다.
지금은 사막으로 간다.
사람들은 멀리 돌아 가는 그 곳에
이상하게 봐야만 하는 것이 있다고.

내 서툰 손가락질과 지독한 혓바닥이
그를 못살게 굴었지만
언젠가는 그도 사막에 꼭 가야 한다고.

물 속의 그에게 나는 소리 없이 말했지만
그는 거기에 있기로 했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